# 2026, 음악은 더 빨라졌고 우리는 더 오래 머물고 싶어졌다
한진하랑이 바라본 2026년의 음악
음악을 바라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차트의 순위로 볼 수도 있고, 스트리밍 숫자로 판단할 수도 있으며, 아티스트의 인지도나 공연장의 객석 점유율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다.
어떤 아티스트를 어느 무대에 세울 것인지 고민하고, 공연의 순서를 만들고, 음향과 조명, 영상과 무대를 구성하고, 마지막 관객이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현장을 지켜본다.
그래서인지 내가 음악을 보는 기준은 조금 다르다.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보다
“이 음악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이는가”를 본다.
2026년의 음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몇 초 안에 귀를 사로잡아야 하고, 짧은 영상 안에서 기억될 만한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음악을 처음 발견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좋은 음악까지 반드시 짧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30초짜리 영상에서 처음 발견한 음악이 한 사람의 플레이리스트에 몇 달 동안 남기도 하고, 결국 그 아티스트의 공연장을 찾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짧은 음악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짧은 순간 안에 긴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디지털에서는 모든 것이 짧아지는 반면, 사람들은 오히려 공연과 페스티벌이라는 공간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어폰으로 혼자 듣던 음악을 공연장에서는 수백 명, 수천 명과 함께 듣는다. 같은 순간에 박수를 치고,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같은 장면을 기억한다.
스트리밍은 음악을 전달하지만,
"공연은 기억을 만든다."
그리고 2026년에는 장르의 경계 역시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
록, 발라드, 클래식, 국악, 전자음악을 명확하게 나누기보다 관객은 이제 아주 단순하게 반응한다.
좋으면 듣고, 재미있으면 보고, 특별하면 기억한다.
그래서 공연을 만드는 사람 역시 이제는 “어떤 장르인가”보다 먼저 질문해야 한다.
“누가 이 공연을 보러 오는가?”
나는 좋은 공연이 유명한 아티스트 한 명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음악이 있고,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 관객이 있으며, 그들이 만나는 공간과 기억이 있어야 비로소 하나의 공연이 완성된다.
AI가 음악을 만들고 영상과 콘텐츠까지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지만, 오히려 나는 앞으로 사람의 이야기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음악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어떤 무대에서 성장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함께 좋아한다.
어쩌면 우리가 WHALE STAGE를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공연자가 항상 좋은 무대를 만나는 것은 아니고, 좋은 공연이 항상 관객에게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과 무대, 음악과 관객을 조금 더 좋은 방식으로 연결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 **월간웨일**에서는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음악과 공연, 아티스트 그리고 공연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음악평론가는 아니다.
다만 공연을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계속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듣게 될까?”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중요한 질문.
“그 음악을 우리는 누구와, 어디에서 듣게 될까?”
2026년의 음악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 | 한진하랑

